요즘은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없어 어떤 것에 몰두하기도 힘들었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그저 흐르는 대로 그렇게 휩쓸려 가는 듯한 느낌이 들던 때 한 권의 책을 읽게 되었어요.
김훈 작가의 그 유명한 "칼의 노래, 남한산성"조차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김훈 에세이를?
이런 생각을 잠시나마 했지만, 왠지 그 분의 글(환상일지도..)을 읽으면 지금 내가 겪는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정리할 계기가 오지 않을까?란 생각을 마냥 했습니다.
"바다의 기별"이란 책은 처음엔 그의 문체가 독특해 어려웠지만, 김훈이라는 작가가 느끼는 글을 쓰는것에 대한 기쁨, 슬픔, 삶에 대한 글들이 그에 대해 더욱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데 더 좋은 요소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더니, 역시나 한번 잡은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글과 몸과 해금"
글을 쓸 때 내 마음속에는 국악의 장단이 일어선다. 일어선 장단히 흘러가면서 나는 한 글자씩 원고지 칸을 메울 수 있다. 이 리듬감이 없이는 나는 글을 쓸 신명이 나지 않는다. 내 몸속에서 리듬이 솟아나기를 기다리는 날들은 기약없다. 그런 날, 나는 때때로 술을 마시거나, 자전거로 타고 강가로 나간다.
휘몰이 장단으로 글을 쓸 때, 내 사유는 급박하게 솟구치는 언어위에 서려서 연결되거나 또는 부러진다. 사유가 부러지고 다시 이어지는 대목마다 문장이 하나씩 들어선다. 이런 문장들은 대체로 짧고 다급하다. 문장은 조바심치면서, 앞선 문장을 들이박고 뒤따르는 문장을 끌어당긴다. 휘몰이로 몰고 나가는 문장은 거칠다. 나는 이런 문장을 한없이 쓰지는 못한다. 힘이 빠지면, 내 문장은 중모리쯤으로 내려앉는다. 중모리 문장은 편안하다....
이 글이 가장 제 마음속에 와닿고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기분은 저런거구나...
그만의 장단..에 공감하면서 많은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솟아나는 듯했습니다.
나도 나만의 장단으로 리듬을 이끌어 가면서 내 삶을 잘 끌고 가고 있는 것일까?
가끔 실수를 하더라도, 멈추지 말고 끝까지 휘몰이 장단으로 혹은 중모리 혹은 자진모리...
리듬감 있게 내게 용기를 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한 작가로서의 고찰에 대해 삶에 매치되는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고, 어떤 나만의 고집을 확신하게 해주는
편안함 속의 책 한권을 읽었다.